미국에서는 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기업의 주요 정책에 대한 창업자들의 의사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종류주식을 만들고 이를 창업자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미국 상장기업들이 자주 활용하는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본 다음, 그중에서도 유별난 편에 속하는 팔란티어의 Class F 주식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하겠습니다.
<목차>
1. 미국 상장기업들의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1)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이란?
(2) 구글(알파벳)의 경우
(3) 메타(구 페이스북)의 경우
(4) 버크셔의 경우
2. 팔란티어의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1) 제왕적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 Class F
(2) 투자자들의 반발
(3) 정관 개정을 위한 특별주주총회 개최
3. Class F 주식은 팔란티어의 투자 리스크?
1. 미국 상장기업들의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1)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이란?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에 규정된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1주마다 1개의 의결권만 주어집니다. 다만, 최근에서야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여 복수의결권을 허용토록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찬반 진영이 팽팽하게 대립하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상법
제369조 ①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는 기업의 상장 시에 향후 기업의 주요 정책에 대한 창업자들의 의사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종류주식을 만들고 이를 창업자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회사가 상장을 하면 상장에 따른 공모나 상장 후 신주발행, 임직원에 대한 주식 보상 등을 통해 주식 수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고수하면 창업자들이 보유하는 지분비율이 점차 희석되어 회사가 발행한 주식 총수의 5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주주총회에서 창업자들의 의도대로 회사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여 다수의 상장기업은 창업자들의 주식 보유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의결권은 50%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을 갖는 종류주식을 만들어 창업자들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2) 구글(알파벳)의 경우
창업자들이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을 갖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구글입니다. 구글은 2004년 상장할 때부터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 Class A 주식(증권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들도 취득할 수 있는 주식)과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Class B 주식, 이상 2종류의 주식을 발행하였으며,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다른 임원들과 함께 Class B 주식을 보유하였습니다. 그런데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속되는 기업 인수와 임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으로 Class A 주식이 점점 늘어나서 Class B 주식의 의결권만으로는 다수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여 2014년에 2대 1 주식 분할을 통해 기존의 Class A 주식을 종전과 동일하게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 Class A 주식(티커: GOOGL)과 임원 주식보상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게 될 의결권이 없는 Class C 주식(티커: GOOG)으로 나누었으며, 이러한 주식 구조가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구글의 2022년 4월 22일 자 의결권 위임권유서(DEF14A)에 따르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보유한 지분비율은 총 발행주식총수의 12%이나, 이들이 보유한 의결권은 51.1%로서 구글이 상장할 당시의 의도대로 창업자들이 여전히 절대다수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3) 메타(구 페이스북)의 경우
메타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또한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을 보유하여 기업의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2022년 4월 8일 자 의결권 위임권유서(DEF14A)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가 보유한 지분비율은 총 발행주식총수의 13.5%이나, 그가 보유한 의결권은 56.9%(저커버그가 신탁한 주식 포함)로서 역시 절대다수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분 | 전체 주식 | 저커버그 보유 주식 | 저커버그 비율 |
Class A (①) |
2,302,150,590 | 831,706 | 0.04% |
Class B (②) |
412,861,942 | 366,043,429 | 88.66% |
주식수 합계 (①+②) |
2,715,012,532 | 366,875,135 | 13.51% |
의결권 합계 (①+②x10) |
6,430,770,010 | 3,661,265,996 | 56.93% |
이러한 지배구조에 따라 저커버그는 메타의 경영방침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저지하였습니다. 예컨대 2020년 메타의 주주총회에는 메타가 개발하는 개인정보보호 프로그램에 수반될 수 있는 아동 성적 착취 위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것을 이사회에 요구하는 안건이 상정되었는데, 이 안건은 9.8억 의결권의 찬성과 47억 의결권의 반대로 부결되었습니다만, 만약 저커버그가 90%에 가까운 비중을 보유하고 있는 Class B 주식을 의결정족수 산정에서 제외한다면 해당 안건은 56%의 찬성으로 통과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4) 버크셔의 경우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2종류의 종류주식을 발행하고 있는데, 버크셔의 Class B 주식의 경우 지분 비중으로는 Class A 주식의 1/1,500이나 의결권 비중으로는 Class A 주식의 1/10,000이 부여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Class A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2. 팔란티어의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1) 제왕적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 - Class F
그런데 앞서 살핀 기업들의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은 팔란티어가 도입한 신박한 복수의결권부 종류주식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팔란티어의 경우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 Class A,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Class B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지분 보유 비율 조건만 충족하면 팔란티어의 창업자 3명인 알렉스 카프, 스티븐 코헨, 피터 틸에게 도합 49.999999%(소수점 여섯 자리는 오타가 아니며, 팔란티어의 S-1 공시자료에 있는 수치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Class F 주식까지 총 3종류의 종류주식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Class F의 F는 창업자를 의미하는 Founder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추정됩니다.
팔란티어의 직상장(Direct Public Offering, DPO) 당시 S-1 공시자료에 의하면, 카프, 코헨, 틸 3명이 모두 팔란티어의 현직에 종사하는 한 Class F 주식의 의결권은 49.999999%를 초과할 수 없으나, 이들 중 1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에는 그 비중이 최대 68.099999%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즉, 팔란티어의 다른 투자자들이 여하한 이유로 창업자 중 1명 이상을 팔란티어의 경영진에서 축출하는 경우에는 창업자들의 의결권이 오히려 50%를 월등하게 넘는 수준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지배구조 자체로 창업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 결정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의결권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 창업자가 현업에 종사하는 경우는 O,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난 경우는 X로 표시하였습니다.
카프 | 코헨 | 틸 | 의결권 합계 | 최소 지분 비율 조건 |
O | O | O | 49.999999% | 4.5% |
O | O | X | 64.999999% | 3.1% |
O | X | O | 52.199999% | 4.0% |
X | O | O | 56.099999% | 2.0% |
O | X | X | 66.099999% | 2.6% |
X | O | X | 68.099999% | 0.5% |
X | X | O | 57.799999% | 1.4% |
(2) 투자자들의 반발
팔란티어의 이러한 제왕적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아무리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회사법 하에서라고 하더라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알렉스 카프가 인터뷰나 어닝 콜에서 종종 선보이는 남을 내려다보는 듯한 언행이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마케팅 전략에 불만(실상은 폭락한 주가에 대한 불만)을 품고 팔란티어의 제왕적 지배구조를 뜯어고쳐 전문경영인들을 통한 창업자들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하여 2021년 3월 31일 Jason Hirsch라는 사람이 델라웨어 주법원에 Class F 주식이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위반하므로 이를 팔란티어의 정관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소송은 2021년 5월 27일 Eric R. Gilbert라는 사람에 의하여 승계되어 심리가 계속되었으며, 원고와 팔란티어는 2022년 1월 13일 소송을 조정으로 종결시키기로 합의하고 2022년 5월 13일 팔란티어가 원고의 소송비용 550만 달러를 보전해주고 Class F와 관련된 일부 정관 조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를 명문화하는 합의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2022년 9월 13일 위 합의서를 승인하였으며, 법원의 승인이 2022년 10월 13일 확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즉, 이에 불복하여 상급법원에 상소하는 것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됨).
(3) 정관 개정을 위한 특별주주총회 개최
팔란티어는 위와 같이 확정된 합의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 2022년 12월 22일 특별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의결권 위임권유서(DEF14A)를 2022년 11월 10일 공시하였습니다.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정관 변경이라고 하여 Class F 주식을 팔란티어의 지배구조에서 배제한다거나 하는 어떤 대단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정관 변경은 Class F 주식을 포함한 3종류의 종류주식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① 주주총회 등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각종 절차에서 의결권을 산정함에 있어 기존에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정하는 절차를 합리적으로 최선의 노력(reasonable best efforts)을 다해 준수하도록 규정하던 것을 삭제하고 언제나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정하는 절차를 따르도록 하였으며, ② Class F 주식이나 그 의결권 산정과 관련한 정보 제공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절차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미국법의 기조를 좀 더 엄격하게 반영하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3. Class F 주식은 팔란티어의 투자 리스크?
다른 포스팅에서도 간략히 다루었던 것처럼 팔란티어는 상장 이후 영업 전략적인 측면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다양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예컨대 팔란티어가 매우 우수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이를 하나의 운영체제라는 무거운 형식으로 판매하는 사업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침투하는 속도가 더디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노우플레이크처럼 운영체제에 포함된 여러 가지 기능을 보다 가벼운 모듈 형식으로 분할 판매하여 기업들이 좀 더 빠르게 팔란티어의 제품을 채택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거나, 파운드리의 무료 버전을 배포하여 많은 개발자들이 파운드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개발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파운드리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그것입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알렉스 카프의 기행에 가까운 언행이 마케팅 차원에서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이를 회사 차원에서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사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리고 종국적으로 이 모든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Class F 주식에 기반한 창업자들의 제왕적인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고 수준의 두뇌를 영입하여 최고 난이도의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동기 부여를 하고 팔란티어가 창업하였을 당시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통합하고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기에 최고의 적임자는 알렉스 카프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Class F 주식 덕분에 창업자들이 월가나 개인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노이즈에 흔들리지 않고 회사의 비전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CEO 리스크라고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초래되는 변동성이 걱정된다면 팔란티어에 투자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알렉스 카프가 CEO 자리에 있는 한, 팔란티어의 사업 전략이 크게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각종 인터뷰와 어닝 콜에서 돌발적으로 (저 같은 일반인이 듣기에는)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거만한 언행을 벌이는 일도 수시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래도 요즘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식이 모든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들의 문화에 뿌리내리고 하나의 표준처럼 자리 잡는 미래를 믿는다면, 이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팔란티어에 장기투자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Class F 주식에 기반한 팔란티어의 의사결정 구조는 한낮 노이즈에 지나지 않게 되고, 모든 투자자들이 팔란티어가 정부기관과 기업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 증진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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