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회의원들이 범한 다양한 유형의 형사범죄 관련 뉴스가 일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모두 인신 구속이 가능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수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체포특권과 방탄국회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잊을만하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들 키워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불체포특권이란?
(1) 헌법상의 권리
(2) 국회의원의 다른 권리와의 구별
(3) 불체포특권의 역사
2. 불체포특권의 내용
(1) 회기 중 체포 또는 구금금지
(2) 국회의 동의
(3) 불체포특권의 예외 - 현행범인 경우
(4)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
3. 불체포특권의 효과 및 한계
(1) 형사상 책임
(2) 수사 및 형 집행
(3) 재체포 또는 재구금
4. 불체포특권이 비판을 받는 이유
(1) 불체포특권의 필요성
(2) 불체포특권의 남용
1. 불체포특권이란?
(1) 헌법상의 권리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는 면책특권(헌법 제45조)과 쌍벽을 이루는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입니다.
헌법 제44조
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에 의해 국회의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국회의원의 활동이 제약되는 것을 방지하여 국회와 국회의원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제도적인 취지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취지 때문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이 법원에 자발적으로 출석해서 심문에 응하거나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하여 임의로 포기할 수 있는 해당 국회의원의 전속적인 권리가 아니며, 반드시 국회의 동의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2) 국회의원의 다른 권리와의 구별
①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도 회기 중에 체포당하지 않는 특권을 의미할 뿐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즉, 기소와 처벌)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며, 회기 중에 한하여 체포를 일시적으로 유예받는 특권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일정한 범위의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까지 면할 수 있는 면책특권과는 구별됩니다.
② 계엄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계엄선포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습니다. 이는 헌법상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경우 회기 중인지 여부를 불문하며, 국회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인정되는 불체포특권입니다.
(3) 불체포특권의 역사
역사적으로 볼 때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신체활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자체의 업무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즉,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의회를 구성하고 실제로 운영하는 의원의 신체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의회라는 기관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불체포특권은 영국 의회주의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등장하는데 1603년 스튜어트 왕조가 의회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승인하면서 의원의 불체포특권이 유래하게 되었고, 1787년의 미국 연방헌법 제1조 5절 6항에 명문으로 규정된 후 대의제를 정치 체제의 기초로 삼는 많은 서방 국가들의 헌법에 보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국헌법 제49조에서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한 외에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되었을 때에는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였으며, 1952년 헌법은 제49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외한 외에는 회기 중 그 원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되었을 때에는 그 원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합니다. 1962년 헌법 이후 현행 헌법까지는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2. 불체포특권의 내용
(1) 회기 중 체포 또는 구금금지
① 회기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회기 중이란 집회일부터 폐회일까지를 말하며, 휴회 중도 포함됩니다. 국회의 집회는 매년 9월 1일에 집회하여 100일간 진행되는 정기회와 기본적으로 2월·3월·4월·5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 또는 임시회 집회요구가 있는 때에 집회하여 최대 30일간 진행되는 임시회로 구분되는데, 회기 중이란 기본적으로 정기회와 임시회가 진행되는 기간을 말합니다. 참고로 지금 진행 중인 회기는 아래와 같이 소집된 제401회 국회(임시회)입니다.

② 체포 또는 구금금지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으로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체포 또는 구금이란 범죄행위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형사절차상 모든 유형의 체포, 구속, 구인, 구금 등을 포함합니다.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 앞서 피의자를 법정에 불러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한지 심문하는 영장실질심사(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이처럼 피의자를 법정에 부르기 위해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즉, 검사가 청구한 "수사 목적의 구속영장"과 구별됨)을 먼저 발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인"도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체포 또는 구금"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국회가 구인에 부동의하는 경우에는 피의자를 법정에 불러보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며, 당연히 그 다음 단계인 수사를 위한 구속영장 발부에도 나아갈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2) 국회의 동의
① 방탄국회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이 된 불체포특권의 요건
불체포특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동의가 있으면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도 체포·구금될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국회의원은 회기 중 체포·구금할 수 없습니다. 국회는 정부의 체포동의 요청에 대해 기속 되지 않으며, 체포·구금 그 자체에는 충분히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의원의 체포가 국회의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으면 소속 기관인 의회 차원에서 이를 저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므로, 동의해 줄지 여부는 온전히 국회의 재량에 속합니다.
② 법원, 정부의 체포동의의 요구
국회의 동의를 얻으려고 할 때에는 먼저 검찰의 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법원의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여야 합니다.
체포동의요구서의 수신자는 대통령(참조: 법무부장관)이지만 대통령실이나 법무부로 직접 보내는 것이 아닌 영장을 청구한 검찰청을 거쳐 보내며, 영장청구서 사본을 첨부합니다. 법원에서는 체포동의안의 의결이 예상되는 날짜별로 구분된 여러 개의 구인 일자를 정하게 됩니다.
③ 국회의 동의 절차
국회법 제26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합니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합니다.
체포동의요구안을 다음 회기에 자동 상정하도록 하는 제도는 72시간 이내에 실질적으로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질질 끌다가 정부의 체포동의요청안이 사실상 폐기되는 사례(고전적 의미의 방탄국회)들이 있어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2016. 12. 16.부터 국회법에 도입되어 시행된 제도입니다. 이로써 국회는 반드시 해당 국회의원의 구속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강제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 동의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합니다. 즉, 국회에서 어느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면, 해당 정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를 손쉽게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회가 체포동의를 거부하면 판사는 영장을 기각하게 됩니다.
이석기 전 의원 사례를 통해 큰 틀에서 체포동의요구서 처리 절차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3) 불체포특권의 예외 - 현행범인 경우
현행범인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행범이란 범죄를 실행하는 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경우를 말합니다. 현행범을 불체포특권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현행범인은 부당한 체포·구금의 위험이 없으며, 명백한 범죄인을 보호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국회의원이란 신분 때문에 명백한 범죄인까지 보호하려는 것은 헌법이 반대하는 특권창출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4)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는 것도 불체포특권의 내용 중 하나입니다. 회기 전이란 회기 시작 이전을 말하며, 전회기의 기간도 포함됩니다. 다만, 회기 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행범인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권리입니다.
국회법 제28조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연서로 그 이유를 첨부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석방요구를 의결합니다. 국회의 석방요구가 있으면 즉각 석방하여야 합니다. 물론 회기 중에만 석방되며, 회기 후에는 다시 체포·구금될 수 있습니다. 헌정 사상 국회의원의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에 따른 석방요구는 문제가 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3. 불체포특권의 효과 및 한계
(1) 형사상 책임
불체포특권은 체포 또는 구금을 어렵게 하거나 석방을 용이하게 하는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할 뿐, 국회의원에 대하여 형사상의 책임을 줄여주거나 면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수사 및 형 집행
불체포특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경찰과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라서 실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겠지만) 진행할 수 있으며, 압수·수색도 가능하고,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는 법원에 기소도 가능합니다. 회기 중에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 형을 집행하는 것(징역이나 금고의 경우에는 법정에서 구속하는 것 포함)도 가능합니다.
(3) 재체포 또는 재구금
회기 중에 석방된 자에 대해서는 회기가 종료되면 다시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있습니다.
4. 불체포특권이 비판을 받는 이유
(1) 불체포특권의 필요성
불체포특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사례가 소개됩니다. 홍콩 국회의원들은 홍콩 기본법에 불체포특권과 면책 특권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가안전부 및 중국 공안부가 홍콩 민주파 야당 국회의원들을 중국 본토로 끌고 가서 고문을 당한 바 있습니다. 이는 행정부가 입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불체포특권 제도가 방지하고자 하는 사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삼권분립의 원칙의 보장을 위한 제도 중 하나로써 불체포특권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불체포특권의 남용
문제는 국가가 절차를 무시하고 자의에 의해 통치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사전에 견제하려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는 불체포특권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남용된 사례가 적지 않고 그로 인해 방탄국회라는 표현까지 나오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사례는 대한민국의 헌정 역사를 통틀어 61건 중 16건(아래 표 참고)에 불과할 정도라고 합니다.
일자 | 회기 | 의원명 | 소속 | 혐의 |
'53. 10. 17. | 제2대 국회 | 양우정 | 신민당 | 정극은 사건 |
'56. 3. 1. | 제3대 국회 | 도진희 | 자유당 | 김창룡 암살사건 |
'60. 5. 24. | 제4대 국회 | 박용익 | 자유당 | 3.15 부정선거 |
'60. 5. 26. | 제4대 국회 | 조순 | 자유당 | 3.15 부정선거 |
'60. 5. 26. | 제4대 국회 | 정문흠 | 자유당 | 3.15 부정선거 |
'61. 2. 23. | 제5대 국회 | 이재현 | 자유당 | 부정선거 |
'86. 10. 16. | 제12대 국회 | 유성환 | 신민당 | 국가보안법 위반 |
'95. 10. 16. | 제14대 국회 | 박은태 | 민주당 | 공갈 |
'10. 9. 2. | 제18대 국회 | 강성종 | 민주당 | 공직선거법 위반 |
'12. 7. 4. | 제19대 국회 | 박주선 | 무소속 | 공직선거법 위반 |
'12. 9. 6. | 제19대 국회 | 현영희 | 무소속 | 공직선거법 위반 |
'13. 9. 4. | 제19대 국회 | 이석기 | 통합진보당 | 내란예비음모 / 국가보안법 위반 |
'15. 8. 13. | 제19대 국회 | 박기춘 | 새정치민주연합 | 정치자금법 위반 |
'20. 10. 29. | 제21대 국회 | 정정순 | 더불어민주당 | 정치자금법 위반 |
'21. 4. 21. | 제21대 국회 | 이상직 | 무소속 | 배임, 횡령 |
'21. 9. 29. | 제21대 국회 | 정찬민 | 국민의힘 | 뇌물 수수 |
그 근본적인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자기 식구 감싸기나 정쟁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는 불체포특권 제도가 그 취지에 맞는 상황에서만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되고 보다 상식적으로 운용됨으로써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날이 줄어드는 세상이 오기를 소박하게나마 소망하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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