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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연구개발

켄 피셔-시장 타이밍을 잡으려 하지 말고, 그저 시장에 머무르라

by Orothy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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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의 대가 중 한 명인 켄 피셔(Ken Fisher)는 시장의 타이밍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시장에 머무르라(Time in the market, not timing the market)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많은 투자의 대가들이 건네는 조언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시장에 머무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수익률 차이를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여 분석한 투자 가이드와 칼럼들을 참고하여 켄 피셔의 조언을 검증하도록 하겠습니다.

 

1. Time in the market, not timing the market

켄 피셔(Ken Fisher)는 성장주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피셔(Philip Fisher)의 아들로서 그 스스로도 월가의 전설 반열에 오른 투자자입니다. 현재는 미국 투자사인 피셔 인베스트먼트(Fisher Investments)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1주일에 한 번 꼴로 유튜브 영상을 게재(https://www.youtube.com/@fisherinvestments/featured)하며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켄 피셔는 몇 개월 전 S&P 500 지수가 전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여 처음으로 하락장에 접어든 시점에 올린 영상에서 시장 타이밍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으로부터 조언을 들을 필요도 없고, 역사적으로도 이를 꾸준하게 해낸 사람은 없었다고 꼬집은 다음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시장 타이밍을 잡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S&P 500 지수가 역사적으로 기록한 연평균 10% 내외의 수익률도 소위 말하는 모든 조정장과 하락장을 모조리 반영한 수익률이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주식 투자의 세계에 1년 이상 발을 담았던 투자자라면 켄 피셔를 비롯한 투자의 대가들이 얘기하는 장기투자 마인드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하락장을 처음 경험한 투자자(필자 포함)라면 물을 타고 또 타도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익률을 이겨내고 뜬구름 잡는 얘기 같은 장기투자 마인드를 유지하며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주요 언론사에서 날이면 날마다 지금이 전고점으로부터 얼마나 하락한 상태인지, 기술적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지금이 과연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할 때인지 등등을 떠들어대는 요즘 시황 속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만큼 지금 팔면 더 이상 이 모든 노이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조만간 저점도 잡을 수 있으리라는 유혹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너무 먼 이야기여서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의 대가들이 말하는 투자의 진리를 멀리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 품기로 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다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래에서는 여러 칼럼이나 투자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가상의 사례를 통해 왜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부여잡고서라도 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2. 시장에서 빠져나가 있을 때 일어나는 일

J.P. 모건 자산운용사가 발간한 2022년도 은퇴 가이드는 2002년 1월 1일 10,000달러를 투자한 이후 2021년 12월 31일에 이르기까지 투자금을 빼지 않고 내버려 둔 경우의 수익률과 투자금을 빼는 바람에 20년의 기간 동안 지수가 최고의 상승률을 보인 며칠을 놓친 경우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제시하며 지속적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익률 비교
출처: Guide to Retirement 2022 by J.P.Morgan - 수익률 비교

 

위 그래프에 따르면, 투자금을 한 번도 빼지 않고 내버려 둔 경우 500%의 수익률(연복리 환산 9.52%)을 기록할 수 있는 반면, 지수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순서대로 1등부터 10등에 해당하는 열흘을 놓친 경우에는 180%(연복리 환산 5.33%)로 수익률이 반토막 이상 떨어지게 되며, 1등부터 30등에 해당하는 30일 또는 그 이상을 놓친 경우에는 무려 20년의 투자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J.P. 모건의 자료는 또한 (i)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순서대로 1등부터 10등에 해당하는 열흘 중 7번은 최악의 하락률을 보인 순서대로 1등부터 10등에 해당하는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일어났고, (ii)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1등부터 7등에 해당하는 7일 중 6번은 최악의 하락률을 보인 다음 일어났으며, (iii) 2020년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보인 2020년 3월 12일의 다음날은 2020년 두 번째로 큰 상승률을 보인 날이었다고 각주를 달면서, 타이밍을 잰다거나 당장의 폭락이 무섭다는 이유로 잠깐 시장을 나갔다 돌아오겠다는 결정이 얼마나 수익률을 갉아먹을 위험이 큰 행동인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3. 시장에서 빠져나가 있으면 무조건 나쁜가?

물론 위 J.P. 모건의 사례는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기 바로 전날 돈을 빼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타이밍을 잘 잡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론적으로는 시장을 적절한 때에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Ritholtz Wealth Management라는 자산운용사 소속 Nick Maggiulli라는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칼럼(https://ofdollarsanddata.com/right-now-but-wrong-later/)에서 저점과 고점을 완벽하게 잡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지만, 고점이나 저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장 진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여러 역사적인 시점에서 S&P 500 지수에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i) 전고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매도하여 현금을 들고 있다가 전저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투자를 재개하는 경우(1안)와 (ii) 투자금을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경우(2안)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자료를 제시하였습니다.

 

우선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의 금융위기 시절을 포함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기간 동안은 1안(파란색 선)의 수익률이 2안(검은색 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안에 따를 경우 닷컴 버블 붕괴 당시의 전고점 대비 최대 낙폭(MDD) -47.5%와 금융위기 당시의 MDD -55.2%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래의 상단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처럼 시장이 큰 폭의 하락이 없이 꾸준히 상승한 경우에는 1안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전고점 이후 큰 하락을 예상하고 시장을 빠져나왔으나 시장이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은 경우, 그 이후의 저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투자를 재개할 때 오히려 전고점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투자를 재개하게 되어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시계열을 1959년부터 2019년으로 늘린 아래의 하단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시장에서 꽤 오랜 기간(1959년부터 2009년까지) 2안이 1안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보이더라도 한 두 번이라도 타이밍을 잘 잡는다면(예컨대 닷컴 버블이나 금융위기) 종국에는 1안이 2안보다 (약간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 비교(2010-2019 v. 1950-2019)
출처: ofDollarsAndData.com - 수익률 비교(2010-2019 v. 1950-2019)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인 가능성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959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50년 동안이나 2안이 1안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과 2009년 정확하게 두 차례나 걸쳐 2안을 포기하고 1안을 실행한다는 것은 손실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리를 고려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위 칼럼도 한두 번 타이밍을 맞추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운에 지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매우 피곤하면서도 큰 기회비용의 상실을 감수하는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4.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

이 모든 데이터를 알고 있더라도 여전히 하락장을 경험하는 것은 괴롭고 속이 쓰린 일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https://www.morningstar.com.au/insights/markets/213056/what-if-you-missed-the-dip-chart-of-the-week)는 신의 영역에 속하는 저점을 노리는 투자법보다는 시간을 두고 나의 투자금이 숙성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속 편하고(그래서 일상에 덜 지장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투자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최저점에서 S&P 지수 추종 ETF를 사고 2021년 5월 31일까지 들고 있었던 경우와 그보다 더 앞선 시점에 같은 ETF를 사서 마찬가지로 2021년 5월 31일까지 들고 있었던 경우를 비교하고 있습니다(파란 막대그래프가 S&P 추종 ETF의 수익률). 물론 2009년 최저점으로부터 6개월이나 1, 2년 전에 샀다면 수익률이 120~150% 정도로서 최저점에서 매수한 경우의 수익률 265%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결코 적은 수익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5년 전에 매수(최종 수익률 319%)하였다면 2009년의 최저점도 매수시점의 평단가를 깨지는 못하였을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전 투자 수익률
출처: morningstar.com - 금융위기 이전 투자 수익률

 

게다가 저점 매수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습니다. 위 칼럼은 정확하게 2009년 금융위기의 저점에서 매수한 경우와 그로부터 각각 3개월, 6개월, 1년 후 시장에 진입한 경우를 비교하고 있는데, 3개월만 늦어져도 수익률이 190%로서 저점 매수 시 수익률 265% 대비 70% 이상 손해 보게 되며, 1년 후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최저점에 매수한 경우 대비 수익률이 반토막(134%) 나게 됩니다.

 

그런데 위 칼럼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이 되묻습니다. 당신은 과연 주요 언론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최저점을 잡겠다고 올인할 수 있겠느냐고.

▷ 1930년 이후 최악의 위기, 그 끝은 어디인가 (월스트리트 저널)

▷ 리먼의 추락, 전 세계로 충격파를 퍼뜨리다 (더 타임스)

▷ 월스트리트 심판의 날 (파이낸셜 타임스)

 

5. 인간은 눈앞의 손실에 약한 동물 - 이성의 힘으로 시장에 머물러야

인간이 농경사회를 거쳐 급격한 문명의 성장을 경험한 것은 불과 몇 천년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인간이 온갖 자연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수렵채집으로 연명하던 기간은 그보다 훨씬 긴 수만~수십만 년에 이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DNA가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던 시절로부터 근본적으로 진화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조삼모사 본성은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당장 오늘의 손실에 눈길이 사로잡혀 이 위기에서 탈출하라고 투자자들에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를 마음먹고, 10년 이상의 시계열 동안 투자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금을 들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라면, 그리고 밈주식처럼 펀더멘털이 없는 기업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면(이 경우에는 펀더멘털의 우상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주가의 전고점 탈환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의 데이터를 공부함으로써 하락장으로 생채기가 난 멘털을 단련하는 한편, 꿋꿋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투자를 지속하는 것만이 최고의 확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데이터가 저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 타이밍을 재려는 유혹을 억누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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